“한편으론 후련하고, 한편으론 아쉽고.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것 같아요.”
시상식 내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준호는 팀 스프린트 은메달을 끝으로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을 마감했다. 두 번의 올림픽과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뛰었지만, 끝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1995년생인 그가 선수 생활을 계속하려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군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김준호는 100m 동메달과 은메달만 가지고 귀국했다.
‘노력한 만큼 가져간다’며 자신을 위로했지만, 안타깝게도 경기에서는 노력한 만큼 잘되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불운이 앞을 가로막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행운이 떨어지기도 한다.
실력보다 이름으로 더 유명해진 스노보드 김건희(17)는 “행운이 난리가 난” 사례에 속한다.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 1위로 결선에 오른 그는 강풍으로 경기가 취소되자 운 좋게 예선 성적으로만 금메달을 획득했다. “결선이 취소된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정말 좋았어요. 마음이 불타올랐다고 해야 할까요.” 10대 청소년답게 솔직했던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종목 최강자인 스노보드 간판 이채운(19)은 예선(6위)에서 몸을 풀고 결선을 노렸는데, 날씨 탓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마흔 다섯살의 산악스키 국가대표 오영환은 결말이 정해진, 지는 게임을 했다. 계주를 함께 뛰어야 할 김하나(25)가 개인전에서 불의의 사고로 발목 골절을 당해 출전이 무산됐는데,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예외적으로 출전을 허가한 것이다. 조직위의 미숙한 운영 탓에 도핑 검사에서 시간을 허비한 김하나가 홀로 늦게 출발하다 생긴 사고였기 때문이다. 오영환은 “인생의 마지막 경기일 것 같아서” 홀로 설산을 달렸다. 그의 공식 기록은 ‘결장’(Did Not Start)으로 남았다.
34개국 1300여명 선수 역시 예상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거나, 사고를 당했거나 뜻밖의 행운을 누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아쉬움, 간절함, 불행, 행복이 있었기에 하얼빈의 빙판과 야부리의 눈밭은 더욱 뜨거웠다. 노력한 만큼 가져갈 순 없을지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번에는 금메달이었지만, 다음에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삶의 축소판과 같은 김준호의 아쉬움, 김건희의 행운, 오영환의 간절함이 8일간 하얼빈을 더욱 풍성하게 수놓았다.
하얼빈/장필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