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견고했고, 공격은 탄탄했다. 독수리가 롬바르디 트로피(슈퍼볼 우승컵)를 낚아챘다.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10일(한국시각)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에서 열린 59회 슈퍼볼에서 3연패를 노리던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40-22로 꺾었다. 최강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를 상대로 가로채기(인터셉션)에 성공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필라델피아의 슈퍼볼 우승은 팀 창단 두 번째이며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2021년 팀 지휘봉을 잡고 2년 만에 슈퍼볼 무대에 올랐으나 캔자스시티에 역전패를 당하면서 분루를 삼켰던 닉 시리아니 필라델피아 감독은 2년 만에 복수에 성공했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는 선수로 뛰어본 적이 없는 43살의 시리아니 감독은 캔자스시티에서 첫 프로 지도자 경력(2009~2012년)을 쌓은 인연이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필라델피아 질식 수비가 통했다. 최근 6년간 5차례 슈퍼볼에 진출했던 캔자스시티는 경기가 3쿼터 0-34까지 벌어질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필라델피아 수비진은 3차례 턴오버를 성공시키는 등 4쿼터 2분54초까지 캔자스시티에 단 6점만 내줬을 뿐이다. 머홈스는 6차례 색(sack: 쿼터백이 패스를 시도하기 전에 상대 수비수에게 태클당해 다운되는 것)을 당하기도 했다. NFL 역대 최초의 3연패(스리핏)를 노리던 상황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친 머홈스는 “상대 선수가 우리보다 더 잘했다”면서 “턴오버가 뼈아팠다. 모두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더불어 ”아직 더 잘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게 오늘 밤 가장 큰 무대에서 드러났다. 나쁜 플레이를 더 나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쿼터백의 근본으로 돌아가 더 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필라델피아 쿼터백 제일런 허츠였다. 수비수들이 제몫을 하는 동안 허츠 또한 야금야금 야드를 따내면서 점수 차이를 벌렸다. 허츠는 “수비가 우승의 열쇠였다”면서 “수비수들이 경기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 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공격의) 기회를 줬다. 그들 덕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현장에서 슈퍼볼을 관전했다. 필라델피아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 여사 또한 경기장을 찾았다. 이밖에도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폴 매카트니, 배우 브래들리 쿠퍼 등이 직접 경기를 관람했다. 캔자스시티 선수 트래비스 켈시와 공개 연애 중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경기장에 있었다. 스위프트는 켈시와 연애 전에는 필라델피아 팬이었다. 하프 타임 쇼는 래퍼 켄드릭 라마가 꾸몄다.
김양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