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9번)로 투입됐으나 다시 한번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서 영국 언론의 냉정한 비판에 직면했다.
손흥민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레인저스(스코틀랜드)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6차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레인저스와 1-1로 비기며 공식전 5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을 이어갔다.
부상자가 많았던 토트넘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2선에 티모 베르너-제임스 매디슨-브레넌 존슨을 세웠다.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은 부지런히 움직임으로 전방 압박을 이끌었으나 90분 동안 풀타임을 뛰고도 슈팅 1회,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 1회 등에 그치며 부진했다. 특히 실책으로 공격권을 헌납한 것만 무려 10번에 이르렀다. 슈팅은 전반 12분에 한 차례 시도한 것이 유일했다.
이날 손흥민은 레인저스의 집중견제에 최전방에서 공을 잡기조차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2선에서 손흥민을 지원해야 할 베르너-존슨과 호흡이 맞지않으며 최전방에서 손흥민에게로 공을 잘 연결되지 못했다. 손흥민은 평소에 잘 시도하지 않던 공중볼 싸움에도 적극 가담했으나 장신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 고전했고, 동료들의 크로스는 부정확했다.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않자 다급해진 토트넘은 후반 15분 도미닉 솔란키, 루카스 베리발, 파페 사르를 동시에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솔란키가 들어오면서 손흥민도 최전방에서 물러나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손흥민은 익숙한 측면에서 돌파와 공간침투로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득점찬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레인저스에 밀리던 토트넘은 후반 30분 쿨루셉스키의 동점골로 패배를 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손흥민 역할엔 한계가 있다
영국 현지언론들은 이날 경기를 분석하며 손흥민의 부진을 비판했다. 특히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 역할에 어울리지 않았다’는 내용들이 대거 등장했다.
‘기브미 스포츠’는 “손흥민은 9번이 아니다. 측면으로 이동한 뒤에 더 위협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풋볼 런던’ 은 손흥민에게 평점 5점을 매기며 “손흥민은 중앙에서 뛰는 동안 경기 초반 골키퍼에게 약한 슈팅을 보낸 게 전부였다. 왼쪽으로 이동한 후에는 열심히 뛰었지만, 기쁨은 거의 없었다”라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심지어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웹’에서도 “주장 손흥민은 오늘 밤 흔들렸다. 중앙과 페널티박스 안에서 모두 존재감이 없었다. 올시즌 그의 활약상이 부족해보이는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라는 혹평이 나왔다.
손흥민은 올시즌 공식전에서 5골 4도움에 그치며 명성에 비해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익숙한 포지션인 왼쪽 미드필더보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을때 더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흥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종종 최전방 공격수로도 기용되며 많은 골을 득점한 바 있다. 특히 손흥민과 호흡이 잘 맞았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이후, 손흥민의 최전방 기용 횟수는 더 늘었다. 다만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경기는, 주로 파트너가 있는 투톱의 세컨드 스트라이커였거나, 사실상 제로톱에 좀 더 가까운 형태였을 때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처럼 최전방에서 몸싸움이나 공중전으로 볼을 이어받아 지켜낼 수 있는 정석적인 원톱 공격수의 플레이와는 거리가 있다. 설사 원톱으로 출전하더라도 손흥민의 약점을 보완해줄수 있는 2선 공격수를 근처에 배치시키며 스위칭 플레이를 하는 형태로 운용됐다. 손흥민은 어떤 포지션에서 뛰든 득점만 아니라 패스와 연계, 플레이메이킹, 수비가담 등 상당한 전술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이미 지난 2023-24시즌 후반기부터 이러한 ‘손흥민 원톱’ 전술의 문제점과 한계가 간파됐음에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토트넘의 2선에 투입되는 브레넌 존슨이나 제임스 매디슨, 티모 베르너, 데얀 쿨루셉스키 등도 모두 온볼 플레이보다는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는 플레이에 최적화돼 손흥민과 뚜렷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비에 고립돼 패스를 이어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흥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다.
또한 32세가 된 손흥민의 기량 자체가 하락세에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손흥민은 올시즌 AS로마전, 첼시전 등에서 연이어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마무리 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혹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기다림도 필요하다
그러나 영국 언론의 지나친 비판처럼 온전히 손흥민에게만 부진하다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하다. 해외 축구통계업체 ‘스쿼카’가 11일 공개한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빅찬스 생성'(Big chances created in open play) 순위에서 손흥민은 9개의 결정적인 찬스를 생성하며 아스널 부카요 사카(10개)에 이어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평가들이 올시즌 손흥민의 기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달리, 여전히 토트넘의 공격이 손흥민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손흥민의 도움이 4개밖에 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토트넘 동료들이 손흥민이 만들어준 찬스를 절반 이상 날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작 손흥민이 빅찬스를 날린 것은 총 4번에 불과했다. 반면 토트넘 팀내에서 가장 많은 빅찬스 미스를 저지른 것은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케의 8개로, 손흥민보다 무려 두 배나 더 많다. 티모 베르너는 올시즌 19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치며 레인저스전 부진 이후에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혹평을 듣기도 했다.
손흥민을 둘러싼 주변 상황은 현재 녹록하지가 않다.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주장 역할까지 맡으며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표팀 주장까지 병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잦아진 부상과 재계약-이적 논란까지 안팎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꾸준히 프로답게 자기 몫을 해준 손흥민의 가치를 의심하지 말고 기다려주는 여유도 필요한 시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