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의 성공 시대를 이끌었던 알론소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레알 마드리드는 25일 오후(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론소 감독과 3년 계약을 완료했다. 2028년 6월 30일까지 계약을 맺었고, 공식 행사에서 정식으로 소개될 예정”이라며 “26일 구단 훈련 시설인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감독으로서 첫 소개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1981년생인 알론소는 1999년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리버풀-레알 마드리드-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빅클럽’들에서 활약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또 스페인 국가대표로서 월드컵 우승 1회(2010), 유로 우승 2회(2008, 2012)를 기록했다.
지도자 변신 후에도 알론소의 명성은 하늘을 나는 듯했다. 2017년 은퇴 이후 이듬해 ‘친정’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코치가 된 알론소 감독은 뛰어난 지도 실력으로 금방 후베닐 A팀의 감독이 됐고, 여기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19년 여름에는 레알 소시에다드 B팀 사령탑이 됐고, 여기서도 팀의 승격을 이끌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젊은 나이에 뛰어난 전술 능력을 보여준 알론소 감독은 결국 2022년 10월, 분데스리가 강등권으로 추락한 레버쿠젠의 러브콜을 받으며 프로 감독직에 첫발을 내밀었다. 유능한 젊은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 선택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알론소가 아직 프로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았고, 부임 당시 레버쿠젠이 17위에 머무르며 강등 위기에서 완벽하게 탈출하지 않았기에 초보 사령탑이 자칫 잘못하면 커리어가 초반부터 꼬일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알론소 감독은 이 의문 부호를 비웃기라도 하듯 확실한 전술과 지도력을 통해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시즌 도중 부임했음에도 17승 10무 10패라는 인상적인 성과를 이룩했고, 리그 6위의 성적과 유로파 리그에서는 준결승에 진출하는 등 압도적인 결과를 냈다. 다음 시즌에는 환상적이었다. 리그에서 단 1패도 내주지 않으며 순위표 최상단에 자리했고, 이에 힘입어 레버쿠젠은 창단 120년 만에 첫 우승을 무려 ‘무패’로 달성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어 포칼에서도 우승을 따내며 ‘더블’에 성공, 비록 유로파 리그 결승전서 아탈란타에 무너지며 트레블에는 실패했으나 알론소 감독의 지도력은 레버쿠젠의 이미지를 확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에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선보이며 리그 2위에 그쳤으나 리그에서는 2시즌 연속 원정 경기 무패 행진(17경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혼돈 빠진’ 레알 마드리드, 알론소 지도력 입증할까
이처럼 지도자 커리어 초반부터 확실한 지도력을 선보인 알론소에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빅클럽이 상당한 관심을 선보였고, 끝내 레알 마드리드가 이를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선수가 아닌 팀의 수장으로서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어야만 하는 알론소 감독은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무너진 팀 기강을 바로 잡는 것이다. 전임 사령탑인 안첼로티 체제 아래 레알 마드리드는 라리가 우승 2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코파 델 레이 우승 1회, 슈퍼컵 우승 2회, 수페르코파 우승 2회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대를 이끌었지만, 말로가 그리 깔끔하지는 않았다.
특히 2024-25시즌은 최악이었다. 리그, 코파 델 레이, 수페르코파에서는 ‘숙적’ 바르셀로나에 밀리며 모두 준우승에 그쳤고, 강세를 보였던 챔피언스리그 무대서는 한 수 아래 전력이라 여겨졌던 아스널에 밀려 탈락했다. 결국 4년 만에 무관인 시즌을 보내며 자존심과 고개를 완벽하게 숙였다. 아쉬운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을 둘러싼 분위기와 이미지도 동시에 추락했다.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특히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공격 핵심 비니시우스는 상대 수비 견제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며 감정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총 8번의 경고와 1번의 퇴장이 이를 대변한다. 이에 더해 수비 핵심인 안토니오 뤼디거의 태도 역시 심각하다.
비신사적인 파울이 잦고, 특히 감정적인 모습이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와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서는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이물질을 던지는 행동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런 선수들의 행동을 확실하게 통제해야 하는 구단이었지만, 페레스 회장은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모습이었다.
구단은 클럽 공식 채널을 통해 경기 배정을 받은 주심을 비난하는 영상을 제작하며 공분을 샀다. 결국 이런 모습은 많은 팬의 관심을 등 돌리기에 충분했고, 영국 현지 매체 <가디언>도 “페레스의 이러한 권위주의적 리더십은 선수단뿐만 아니라 팬, 언론, 심판계 전반에 ‘피해의식’을 전염시키고 있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렇게 공든 탑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알론소 감독은 팀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내야만 한다. 레버쿠젠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확실한 게임 모델로 무너진 팀의 기강을 구축했듯이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이와 동일한 패턴으로 구단을 장악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개성이 상당히 강한 자원들을 확실하게 관리해야만 하는 게 우선 과제라는 것이고, 전술 체계를 뿌리내리는 부분은 차후 과제라는 거를 확실하게 인지해야만 한다.
지도자 커리어에서 변환점에 접어든 알론소 감독이다. 혼돈에 빠진 레알 마드리드에 선임된 알론소는 과연 레버쿠젠에서 보여준 확실한 지도력을 스페인 무대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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