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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보다 김병지? ‘강원 동화’ 진짜 주역은 누구일까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한 강원FC 윤정환 감독이 김병지 대표이사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2024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원 동화’ 신드롬을 일으켰던 강원FC가 다시 한번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올시즌 강원의 돌풍을 주도한 투톱 중 김병지 대표이사는 구단과 재계약을 맺은 반면, 사령탑 윤정환 감독은 팀을 떠나고 정경호 수석코치가 새 감독으로 승격하여 지휘봉을 이어받게 됐다.

윤정환 감독은 지난해 6월 위기에 빠진 강원에 처음 부임해 약 1년 6개월동안 팀에 굵직한 족적들을 대거 남겼다. 지난해 강등 위기에 놓였던 팀을 이어받아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김포를 꺾고 극적인 1부리그 잔류를 선물했다. 올해는 본인의 축구철학인 공격축구로 팀 컬러를 완전히 변모시키며 구단 최고 성적인 리그 준우승을 선물했다.

또한 윤 감독은 수많은 선수들을 리그 정상급 자원으로 육성해내는 데 성공했다. 수비수 황문기와 이기혁은 윤정환 체제에서 포지션 전향에 성공하며 국가대표팀까지 최초 발탁되는 영예를 안았다. 2-3부리그를 전전하는 이상헌은 올시즌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K리그1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됐다. 2006년생 ‘고교 특급’ 양민혁은 K리그1에서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입단을 확정짓고 유럽파의 반열에 올랐다.

윤정환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아 올해 준우승팀임에도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7년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던 윤 감독은, 한국인 지도자로는 최초로 한국과 일본 프로리그에서 모두 감독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윤 감독에게도 강원FC에서의 1년 6개월은 K리그에서 거둔 최초의 성공이자, 최근 하락세이던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에 반전의 계기가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많은 팬들은 윤 감독이 강원과의 동행을 이어가는 것을 지지했지만, 현실은 결별이었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몸값’에 대한 입장 차이였다. 윤 감독은 지난달 29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강원의 준우승은 모두가 생각 못한 성과였다. 시도민구단이라는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은 어느 지도자나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병지 대표이사는 최근 구단 공식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성공했던 감독들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안했지만, 윤 감독은 현 연봉의 2배 이상을 요구했다. 구단의 예산과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구단은 윤 감독을 예우하고 잔류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도민구단의 재정이 대기업 구단만큼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조금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질되고 언제든 연봉이 더 낮은 감독으로 손쉽게 대체되기 쉬운 지방구단들의 관행상, 지도자들의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도 현실이었다.

강원FC가 앞서 김병지 대표와는 일찌감치 재계약을 맺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강원 구단주인 김진태 도지사는 11월 김 대표와의 재계약을 발표하며 “시도민구단 대표 중 최고 수준의 대우와, 감독 선임 등 구단 운영 전권을 위임한다”고 말했다. 이는 강원이 올시즌 성과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김병지 대표의 공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장면이다.

김병지는 윤정환 없이도 역량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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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강원 춘천시 삼천동 강원FC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도 성과 및 2025년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구단주인 김진태 지사(오른쪽)가 김병지 대표이사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은 사실상 전임 이영표 시절부터 감독보다는 대표이사의 실질적인 영향력과 화제성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2년 겨울 강원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김병지 대표는 초기에는 전임이었던 이영표와 비교되며 많은 혹평도 받았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팀의 준우승과 이적시장에서의 성공적 영입, 유망주들의 육성과 해외진출을 통한 이적료 수입 등으로 많은 성과를 올리며 팬들의 평가를 반전시켰다.

한편으로 김 대표는 현재 프로축구 대표이사 중에서도 유독 대외적인 미디어 활동이 가장 활발한 인물로도 꼽힌다 그는 강원FC의 주요 현안이나 이적 상황, 구단 비하인드 등 에 대해 직접 발표하며 항상 본인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즐겼다. 양현준과 양민혁의 해외진출과 이적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자랑하기도 했다.

강원 팬들은 대체로 김 대표의 올시즌 성과를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지나친 공개 행보와 자화자찬을 두고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정환 감독 없이 맞이하게 된 다음 시즌은, 김병지 대표의 진짜 역량을 확인할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 감독과의 결별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정경호 코치를 차기 감독으로 낙점한 것도 김병지 대표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정경호 감독은 2022년 성남FC에서 잠시 감독대행을 수행한 적이 있지만 정식 감독은 강원FC가 처음이다. 이로 인해 내년에는 김병지 대표의 구단 내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윤정환 감독과 김병지 대표가 결국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면서, 올해의 ‘강원 동화’가 과연 누구의 역할이 컸는지는, 내년에 서로가 보여줄 모습을 통해 재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윤 감독은 국내외 여러 프로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김 대표는 다음 시즌 감독 교체와 대대적인 팀 컬러의 변화 속에서도 올해의 돌풍을 이어갈 수 있다면, 성공한 ‘축구인 출신 행정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한층 탄탄하게 굳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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