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25-21,25-16)으로 대승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정지윤이 허리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외국인 선수 투트쿠 부르주가 빠진 흥국생명을 연패에 빠트리면서 흥국생명과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줄였다(12승4패).
현대건설은 위파위 시통이 50%의 성공률로 12득점,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42.31%의 성공률로 11득점을 기록했고 미들블로커 이다현도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7득점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현대건설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득점 2위(355점)에 올라 있는 모마가 아닌 이 선수였다.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3득점을 올린 고예림이 그 주인공이다.
공수 겸비한 리그 정상급 살림꾼
중앙여고에 진학했다가 2012년 강릉여고로 전학을 간 고예림은 1년 유급을 한 후 2013-2014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입단했다. 루키 시즌 23경기에 출전한 고예림은 36.46%의 성공률로 90득점을 올리며 신인왕에 선정됐다.신인 중에선 활약이 가장 좋았지만 기록이 말해주듯 사실 ‘슈퍼루키’로 불릴 만큼 크게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당시 도로공사에는 고예림 외에도 황민경(IBK기업은행 알토스)과 김선영,김미연(GS칼텍스 KIXX)에 수비가 뛰어난 문정원까지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이 즐비했다. 그렇게 2015-2016 시즌까지 코트보다는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더 길었던 고예림은 2016-2017 시즌 경쟁자였던 김미연이 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면서 29경기에 출전해 34.98%의 성공률로 276득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리그에 자리 잡았다.
고예림은 2017년 도로공사가 FA시장에서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로 지명 받아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기업은행 이적 후 수비가 향상된 고예림은 2017-2018 시즌 42.33%, 2018-2019 시즌 48.7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살림꾼’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8-2019 시즌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319득점을 올리며 공격에서도 성장한 기량을 보여줬다.
기업은행에서 두 시즌을 보내면서 기량이 크게 향상된 고예림은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고 2019년4월 연봉 1억500만 원을 받고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현대건설 이적 후 출전한 첫 공식 대회였던 2019년 순천 컵대회에서 결승전 26득점을 포함해 5경기에서 87득점을 기록하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2013-2014 시즌 신인상 이후 5년 만에 받은 두 번째 개인상 수상이었다.
고예림은 2019-2020 시즌 27경기에서 239득점,2020-2021 시즌 30경기에서 286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 시절의 동료이자 절친한 선배 황민경과 현대건설의 왼쪽을 든든하게 지켰다. 하지만 2021-2022 시즌부터 팀의 유망주 정지윤이 아웃사이드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고예림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고 현대건설 역시 코로나19와 외국인 선수의 부상 등으로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시즌 첫 선발 출전에서 ‘미친 존재감’
2022-2023 시즌 정지윤과 출전 시간을 나누면서 30경기에서 163득점에 그친 고예림은 시즌이 끝난 후 무릎 수술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고예림이 2023-2024 시즌 정상 출전이 힘들어진 데다가 또 한 명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황민경마저 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면서 왼쪽에 커다란 구멍이 뚫혔다. 이에 현대건설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태국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위파위를 지명했다.
고예림은 시즌 중반 코트에 복귀했지만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15경기에서 31득점을 기록하는 아쉬운 활약에 그쳤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고예림이 활약하던 시절 번번이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현대건설은 고예림이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던 2023-2024 시즌 3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흥국생명과의 챔프전에서 2경기3득점에 그친 고예림은 완전히 조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지윤과 3년 총액 16억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하고 아시아쿼터 위파위와도 재계약하면서 아웃사이드히터 주전 라인업을 꾸렸다. 고예림은 부상에서 회복됐음에도 정지윤과 위파위에 밀려 벤치로 밀려났고 실제로 이번 시즌 14경기에서 단 16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20일 흥국생명전에서 정지윤이 허리부상으로 결장하면서 고예림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이날 23.16%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한 고예림은 50%의 성공률로 13득점을 올리며 양 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고예림은 이날 23번의 서브를 시도해 서브득점 1개를 기록했다.현대건설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서브를 시도한 선수가 나란히 11번의 서브를 넣었던 위파위와 모마였으니 고예림의 서브 순서 때 현대건설이 얼마나 많은 득점을 올렸는지 알 수 있다.
고예림은 2017-2018 시즌부터 2022-2023 시즌까지 6시즌 동안 기업은행과 현대건설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무릎 수술을 받은 후 벤치 멤버라는 낯선 자리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시즌 첫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증명했다. 더불어 강성형 감독은 흥국생명전을 통해 고예림이라는 듬직한 카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수확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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