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이 27일 새벽 2시30분(한국시각) 개막한다. 한겨레는 ‘봉주르 프리주’를 통해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봉주르는 프랑스의 아침 인사이고, 프리주는 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올림픽 마스코트다.
“올림픽 관심 없어요.”
23일 인천공항에서 파리로 출발한 에어프랑스 항공편의 옆 좌석에 탄 리즈는 한국에서 3주간 여행하다 돌아가는 프랑스 대학생이었다. 단짝 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 즐거웠다”고 말한 그는 파리올림픽에 관심이 있는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리즈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 같다. 아마 텔레비전으로 경기는 보겠지만, 그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분위기는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공항 입국장 밖에는 올림픽 방문객을 위한 조그만 안내 데스크가 마련돼 있었는데,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자원봉사자들의 ‘인해전술’ 도움을 받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버스를 타고 메인프레스센터로 가는 도로 위에는 대회 차량의 편의를 위한 듯 ‘2024 Paris’라는 글자를 페인트로 칠했지만 소박했고, 파리의 공연예술 중심으로 불리는 팔레 드 콩그레에 자리 잡은 메인프레스센터도 무관심하게 지나가면 찾기 어려워 보였다. 내부도 개방된 사무공간 식의 실용성을 추구했다.
이런 미니멀리즘 경향은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의 저탄소, 환경, 사회적 책임의 모토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과거 국가 브랜드 간 경쟁의 장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했던 올림픽 메가스포츠 이벤트가 질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또 올림픽과 상관없이 프로야구가 젊은 여성관중의 확대를 통해 대표적인 관전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다양성을 보여준다. 확실히 볼거리, 놀거리가 많아진 세상에서 태어난 MZ세대에게 올림픽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이런 까닭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브레이크댄스나 이(e)스포츠, 스케이트보드 등 새로운 종목을 발굴하거나, 스포츠 영역을 확대하려고 애쓰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의 생활·엘리트 스포츠를 관장하는 대한체육회는 시대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해왔는지 되묻게 된다. 체육회나 각 종목 관계자들을 만나면, “세상이 달라졌다”고 한탄만 할 뿐이지, 스포츠 확산이나 종목을 살리기 위한 연구에는 게으른 것이 사실이다.
프로당구(PBA)의 경우 상업주의에 기반해 있지만, 중장년층에게 볼거리를 주고, 산업적 성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으로 시장을 창출한 사례를 대한체육회나 종목 단체에서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경험한 몇몇 풍경에서 한국 체육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권위적 리더십이 아니라 젊고 활력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파리/김창금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