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으로 활약하다 중국으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금메달을 따냈다.
린샤오쥔은 지난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박지원(서울시청)과 장성우(화성시청)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박지원을 순간적으로 추월해 역전한 린샤오쥔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중국 대표팀의 전재수 코치에게 달려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박지원과 장성우도 엎드려 울고 있는 린샤오쥔에게 다가가 등을 두들기며 축하를 전했다. 린샤오쥔이 중국 국적 취득 이후 처음 따낸 종합국제대회 금메달이었다.
린샤오쥔은 임효준 시절인 2018 평창 올림픽에서 150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9년 대표팀 동료 황대헌을 강제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년을 받았다. 이로 인해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은 린샤오쥔은 2020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중국 귀화 당시만 해도 린샤오쥔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강해졌으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동정론도 생겨났다. 2019년 6월 진천선수촌에서 남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10명이 웨이드탖으이 암벽 등반기구 근처에서 쉬던 중 장난을 치고 놀았다. 황대헌이 먼저 여자 선수들의 엉덩이를 때려 떨어뜨리는 장난을 쳤고, 이를 본 임효준도 황대헌을 잡아당기는 장난을 치다 황대헌의 바지가 일부 벗겨져 엉덩이 윗부분이 노출된것. 뒤늦게 수치심을 느낀 황대헌이 이를 성희롱으로 신고하면서 사건이 커진 것이었다. 자신이 먼저 한 장난은 생각하지 않고 당한 것만 신고한 황대헌의 무분별한 처사로 인해 린샤오쥔만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결국 린샤오쥔은 1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으나 2심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상고했지만, 결국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린샤오쥔의 국적은 중국이 된 이후였다.
2022~2023시즌 월드컵을 통해 국제 무대에 복귀한 린샤오쥔에게 이번 대회는 중국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종합대회다.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혼성 2000m 결승에서 1위로 달리다 결승선까지 두 바퀴를 남기고 곡선 주로에서 홀로 넘어졌다. 그 덕분에 2위로 달리던 박지원이 결승선을 통과해 한국은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어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서는 박지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절치부심한 린샤오쥔은 자신의 주 종목인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린샤오쥔이 박지원을 제치는 과정에서 뒤따르던 중국 대표팀 동료 오른손으로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반칙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쑨룽의 밀어주기에 동력을 얻은 린샤오쥔은 아웃코스로 내달려 박지원을 제쳤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ISU 규정 295조 2항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경기 중 동료로부터 ‘밀어주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9일 열린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린샤오쥔은 반칙성 플레이를 했지만, 개최국 중국의 텃세로 무사히 넘어갔다. 중국 마지막 주자로 나선 린샤오쥔은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1위로 달리던 박지원과 자리 다툼 과정에서 인코스로 파고들며 손을 사용했다. 박지원도 이에 대응했고, 린샤오쥔은 몸으로 박지원을 밀어내기도 했다. 그 사이 카자흐스탄 선수가 치고 나오면서 린샤오쥔은 그와 충돌해 뒤로 밀렸다. 카자흐스탄에 이어 박지원이 2위로 결승선을 끊었지만, 심판진은 박지원의 반칙을 선언해 한국은 실격 처리됐다. 중국은 카자흐스탄, 일본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린샤오쥔의 이번 대회 최종 성적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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