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균 한국조폐공사 차장이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챔피언스파크에서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105㎏ 이상 동메달을 받은 뒤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700/508/imgdb/original/2024/0810/20240810500412.jpg)
동메달이 뒤늦게 ‘진짜 주인’을 찾았다.
전상균(42) 한국조폐공사 차장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올라 받았어야 할 역도 동메달을 2024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받았다.
전상균 차장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메달 재배정 행사’에서, 2012년 런던 대회 역도 남자 105㎏ 이상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바이애슬론에서 금메달 5개를 딴 마르탱 푸르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메달을 수여했다.
![전상균 한국조폐공사 차장이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챔피언스파크에서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105㎏ 이상 동메달을 받은 뒤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700/486/imgdb/original/2024/0810/20240810500414.jpg)
전 차장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105㎏ 이상급에 출전해 합계 436㎏을 들어 4위를 해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전상균은 한국 선수단이 꼽는 유력 메달 후보였지만, 국제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러시아의 루슬란 알베고프가 합계 448㎏을 들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알베고프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그가 받았던 동메달이 무효 처리됐다. 이에 전상균이 지난 3월 동메달리스트로 승격했다.
전 차장은 ‘연합뉴스’에 “12년 전 올림픽 현장에서의 기분이 지금 살아날까 걱정했는데 오늘 시상식에 참가해보니 그래도 위로가 되더라. 부끄러움을 많이 타 세리머니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관중들이 함성을 크게 질러주니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에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아쉬움도 잊고 살았다”며 “금지 약물 복용은 근절돼야 한다. 메달 재배치가 약물 근절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상균 한국조폐공사 차장이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챔피언스파크에서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105㎏ 이상 동메달을 받은 뒤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700/570/imgdb/original/2024/0810/20240810500413.jpg)
경쟁 선수의 부정으로 전 차장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명예 뿐 아니라 금전적 혜택도 일부 놓치는 손해를 봤다. 전 차장은 올해 4월부터 월 52만5000원의 올림픽 동메달 연금을 받고 있는데, 지난 12년 동안 받지 못한 연금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약 8000만원의 금액을 못 받게 된 셈이다. 전 차장은 “원래 생각하지 않았던 돈이다. 주는대로 받겠다”며 “아내가 ‘노후 자금으로 쓰자’고 해, 잘 저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 차장은 2012년 런던 대회 뒤 조폐공사 역도팀 감독을 맡았다가, 2014년 팀이 해체되며 조폐공사 일반직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전 차장은 “회사 동료, 선후배들이 정말 많이 축하해줬다. 그래서 오늘 행사에 회사 깃발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전상균 차장의 딸 전희수(17 ·경북체고)는 올해 6월 열린 전국역도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76 ㎏에서 합계 233 ㎏ (인상 103 ㎏ , 용상 130 ㎏ )을 들어 한국 학생 신기록을 세웠다.
전 차장은 “(내가 금메달을 받은 데 대해) 딸은 별 감흥이 없는 것 같다. 예전부터 희수는 ‘아빠가 역도 선수 출신인 걸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며 “내 딸이지만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존경한다.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상균 한국조폐공사 차장이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챔피언스파크에서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105㎏ 이상 동메달을 받은 뒤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700/466/imgdb/original/2024/0810/20240810500415.jpg)
그는 국내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딸보다도 3년 전 돌아가신 (2012년 런던 대회 당시) 저희 (이형근) 국가대표 감독님이 (동메달) 소식을 접하고 돌아가셨는데 살아계셨다면 많이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돌아가시고 난 뒤 제게 선물을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8 서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1996년부터 오랫동안 한국 역도 대표팀을 이끌어 온 이형근 전 감독은 지난 2022년 9월 향년 59살 나이에 별세했다.
후배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전 차장은 마지막으로 “역도 경기가 엊그제(7일)부터 이뤄지고 있는데 이 동메달이 얼마나 힘이 될지는 몰라도 남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기를 드릴 수 있게 응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역도 대표팀은 장연학(27·아산시청), 김수현(29·부산광역시체육회), 박혜정(21·고양시청)이 각각 10일(한국시각) 오후 6시30분(남자 102㎏), 밤 11시(여자 81㎏), 11일 오후 6시30분(여자 81㎏ 이상)에 차례로 메달 사냥을 앞두고 있다. 앞서 박주효(27·고양시청)와 유동주(30·진안군청)는 각각 남자 73㎏와 89㎏ 7위, 6위로 경기를 마쳤다.
정인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