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운까지 따르면 달라진다. 스포츠 무대의 새 지평은 그렇게 열린다.
여자 프로당구 간판 김가영(하나카드)이 25일 베트남 하노이의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L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오픈 결승전에서 김세연(휴온스)을 4-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김가영은 프로 출범 5시즌 만에 열린 글로벌 투어 우승자가 됐고, 통산 8승으로 다승 1위에 올랐다. 모두 최초의 영역이다. 4천만원을 추가한 그의 누적 상금액은 4억원에 육박한다.
김가영은 2019~2020시즌 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승을 올렸고, 최근 4시즌 동안 매번 1~2차례 패권을 차지하며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결승전에서도 1세트 영점 조준이 되지 않아 난조를 보였지만, 상대 김세연의 부진을 추궁하며 내달렸다. 비록 3번째 세트를 내줬지만 그의 우승 전선에 이상은 없었다.
김가영은 이날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우승해서 행복하다. 해외 투어 첫 대회에서 주인공이 됐다는 것도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지만, 가끔은 운도 따라야 한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며 긍정의 힘을 전했다.
올 시즌 초반 김가영은 침체를 겪었다. 1~2차 투어에서 초반 탈락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 잘하고 있다고 자신을 믿었다”고 했듯이 그는 절대 주눅 들지 않았다.
이번 하노이오픈에 출전하면서도 “나 우승하러 간다”는 주문을 외웠고, 호텔에서도 거의 밖에 나가지 않고 몸과 마음을 관리하면서 온 정성을 쏟았다. 32강전에서 최고 애버리지(2.357)를 기록하며 웰뱅톱랭킹 상까지 받은 것은 집중력의 결실이다. 또 64강에서 4강전까지 단 한 세트도 잃지 않고 질주했다.
결승전에서 딱 1세트를 빼앗긴 김가영은 “무실 세트 우승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결승전의 내용이 좋기만을 바랐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테이블 상태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고, 막판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하지 못했다. 김가영은 “답답했지만, 그래서 더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며 산전수전을 겪은 챔피언의 관록을 드러냈다.
준우승한 김세연은 “8강전 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결승전까지 영향을 미쳤다. 쥐어짜 내면서 쳤지만 아무 것도 발휘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하고 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노이/김창금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