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와 KT의 2024 KBO리그 준플레이오프(PO·5전3승제) 2차전이 열린 6일 서울 잠실구장. 전날 열린 1차전에서 2-3으로 석패한 LG의 염경엽 감독은 이날 1차전과 동일한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오스틴(1루수)-문보경(3루수)-오지환(유격수)-김현수(지명타자)-박동원(포수)-박해민(중견수)-문성주(좌익수) 순서대로 타선을 구성했다. 이에 대해 염 감독은 “1차전에선 잘 못 쳤으니 오늘은 좀 쳐주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은 뒤 “특별히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있으면 바꿔주겠는데, 컨디션이 다 비슷비슷하다. 타선이 정상적으로 돌아갔을 때는 지금의 타순이 빅 이닝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의 기대대로 LG 타선은 2차전에서 확실하게 터지며 KT를 7-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췄다. 두 팀의 준PO 3차전은 8일 KT의 홈인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다.
선발 임찬규가 2,3회에 각각 1점을 내주며 0-2로 끌려가던 상황. LG 타선은 3회부터 폭발했다. 선두 타자 박해민과 문성주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고, 더블 스틸로 순식 간에 무사 2,3루를 만들며 병살타의 가능성을 지워냈다.
전날 1차전 2-3으로 뒤진 9회 2사 1루에서 대주자 김대원의 도루 실패로 27번째 아웃카운트가 나왔던 LG이기에 도루에 신중할 법 했지만, LG 주자들은 거리낌 없는 과감한 도루로 득점 확률을 높였다. 경기 전 염 감독은 “야구는 결국 확률 싸움이다. 오늘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도루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의 공언대로 LG는 과감한 주루로 KT 수비진을 흔들었다.
무사 2,3루에서 홍창기의 땅볼과 신민재의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든 LG는 4회 1사 3루에서 박동원의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와 문성주의 좌전 적시타가 터져나오며 4-2 역전에 성공했다.
지난 1일 SSG와의 5·6위 결정부터 3,4일 치러진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2차전, 6일 준PO 1차전까지 고된 강행군을 연이은 승리로 장식하던 KT는 누적된 피로 탓일까. 이날 수비 실책만 4개가 나오며 자멸했다. 특히, 6회 1사 만루에서 신민재의 좌전 적시타 때 이를 빨리 잡아 홈으로 뿌리려던 좌익수 김민혁이 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빠뜨린 게 결정적이었다. 그 사이 주자 3명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전광판의 점수는 순식간에 7-2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그 장면에서 이날 승부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 선발 임찬규는 내주면 시리즈 전체가 어려워지는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최고 시속 146km를 찍은 직구(32구)의 비중을 줄이고, 주무기 체인지업(32구)과 커브(25구), 슬라이더(3구) 등 변화구 위주의 투구로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5.1이닝 동안 안타 7개를 맞았으나 4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빼어난 제구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한 임찬규는 승리투수와 데일리 MVP를 함께 챙겼다.
2차전을 총력전으로 선언한 염 감독은 전날 1차전에서 2이닝을 소화한 엘리저 에르난데스(베네수엘라)를 두 번째 투수로 올렸고, 에르난데스는 1.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의 징검다리를 제대로 놨다.
김진성으로 8회를 순식간에 지워낸 염 감독은 9회에 세이브 상황은 아니지만, 마무리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렸다. 유영찬은 이번 준PO를 앞두고 부친상을 당했고, 발인을 치르느라 1차전에는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 2차전부터 선수단에 합류한 유영찬은 아버지를 여읜 슬픔을 딛고 9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잠실=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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